첫번째 행성

October 16th, 2008

목차
  1. 수수께끼
  2. 유적
  3. 폭풍우
  4. 귀환

 

 

 

본 글은 습작으로 그냥 끄적 끄적 해 본 내용으로.. 당연히 픽션 입니다.

본 글은 1960년대 러시아의 SF 작가 Kirill Bulychev 의 단편 "I Was the First to Find You"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서 설정만 바꾼내용이며, 개인적인 팬픽 이외의 다른 어떤 의미도 없음을 밝힙니다.

본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원작의 저작권자가 권리를 가집니다. ^^

 

1. 수수께끼#

지금시간은 여섯시. 게라시가 아침 일찌감치 부터 잠에서 깨어나 마르타를 들볶는다.

"마르타, 준비됐어? 오늘은 뭔가 아주 흥미로운 걸 발견할 것 같은 예감이야. 당신 생각은 어때?""

마르타는 자고 싶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하지만 게라시는 게의치 않는 듯 하다.

"그만해, 게라시. 난 방금 근무에서 돌아왔어."

선장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선장님. 하지만 발굴 작업은 오후보다 아침에 일의 능률이 두 배로 오른단 말입니다. 지금 우린 시간이 없다고요."

선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았다. 게라시의 말이 옳았다. 이곳에서는 아침이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였다.

아침식사 후 우리는 화물 승강구를 통해 스파르타크에서 나왔다. 우주복을 입을 필요는 없었다. 정오 무렵 더위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등에 가벼운 공기통만 메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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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stronomical Illustrations and Space Art, by Fahad Sulehria

약간 경사진 황량한 갈색 계곡은 그 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닿아 있었다. 지평선에는 먼지가 뽀얗게 일고 있었다. 먼지는 모든 곳에 스며들었다. 옷의 접힌부분, 장화, 심지어 마스크 속까지. 그러나 먼지가 진흙보다는 훨씬 나았다. 폭풍을 몰고 지나가는 구름이 잠깐 동안이라도 계곡에 소나기를 뿌리면, 우린 일을 포기하고 진흙 속을 기어 우주선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땅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한 소나기가 내린 다음에는 지프도 소용이 없었다.

경사로에서 지프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굴 현장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1분이라도 아껴야 했다. 우리는 곧 이 행성을 떠날 작정이었으며, 현재 우리에겐 식량과 다른 보급품들이 돌아갈 때 필요한 양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린 그동안 2개의 행성계를 탐험하였으며 이곳은 3번째 발견한 행성계 였다. 이 행성에는 3년전에 도착 하였다. 귀환 여행은 거의 10년이 걸릴 예정이었다. 우리들의 나이도 다들 60년 가까이 늘어나서 이제는 은퇴할 나이이고, 도착하면 지구시간도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보다 100년 가까이 지나 있을 것 이다.

 

자키르가 다른 지프 옆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지질학자들도 무슨 탐사를 하러 나갔다. 우리는 자키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 지프로 뛰어들었다.

게라시는 긴 다리를 쭉 뻗고 눈을 감았다. 어떻게 저렇게 잠을 좋아하는 사람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그 듣기 싫은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을 깨울 수가 있을까.

내가 말했다.

"게라시, 당신 참 목소리가 안 좋아."

"나도 알아."

게라시가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 하지난 베로니카는 좋아했지."

게라시의 아내 베로니카는 작년에 죽었다. 수많은 플레쉬 세례를 받으며 스파르타크에 오르던 순간부터 함께 했지만, 지구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였다.

 

지프는 움푹 패인 발굴터로 내려갔다. 발굴터 주위에는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방호벽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마르타와 돌린스키 뒤를 따라 지프에서 내렸다. 방호벽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먼지는 밤 사이에 발굴터를 휩쓿어, 이제 무릅까지 차올랐다. 게라시는 벌써 진공청소기를 꺼내 그것을 발굴터에 들이대고 있었다. 진공청소기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땅을 따라 기어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대 유적을 발굴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아무리 높은 마천루도 먼지 폭풍우가 사흘만 불면 완전히 묻혀 버릴 만한 곳이었다. 그 다음 사흘이면, 먼지 폭풍우는 발굴터 근처의 도랑을 다 묻어버리고 그 위로 천 미터 깊이로 쌓인다. 폭풍우에는 늪지대 주위에 펼쳐져 있는 숲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화대에서 나오는 숯과 석탄 조각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돌 하나의 연대를 추정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유적지를 누가 언제 세웠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혹성의 주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도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 수수께끼를 풀기로 마음 먹었다.

 

2. 유적#

우리는 진공청소기가 청소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청소가 끝나면,우리는 손삽으로 무장을 하고, 꽃병이나 물림 톱니바퀴나 기타 다른 문명생활의 증거를 찾기 위해 발굴터를 문질러 댈 작정이었다.

 

게라시가 말했다.

 

"이 거주자들은 건설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 틸림없어. 그때도 분명 이런 폭풍우가 문제였을 테니까 말이야."

 

어재 우리는 건물, 혹은 여러 건물들의 기초를 발굴해 냈다. 그 기초는 표면이 바둑판처럼 조각조각 금이 가 있었다.

 

마르타가 말했다.

 

"이들은 이곳을 아주 오래전에 버렸어. 만일 우리가 이 사막을 거꾸로 뒤집을 수 있다면, 틀림없이 다른 건축물들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텐데."

 

"늪지대 건너편의 산맥들을 확인해 봤어야 했어. 여기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게 틀림없어. 내 말이 맞아."

 

내가 대꾸했다.

 

"그럼 그 돛대는 어떻게 된 거지?"

 

게라시가 물었다.

 

"그리고 피라미드는?"

 

마르타가 물었다.

 

우 리는 이 지역을 처음 비행했을 때 돛대를 발견했다. 그러나 우리가 착륙하기도 전에 돛대는 폭풍우에 의해 사막의 내장 속에 묻혀 버렸다. 그 후 우리는 작은 피라미드 하나를 발굴했다. 만일 그 피라미드가 아니였다면, 우린 지난 3주를 이 발굴터에서 씨름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라미드는 우리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밑둥이 바위 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마치 바위를 쥐어짜 세워 놓은 것처럼 보였다. 우린 피라미드를 가지고 갈 작정이었다. 달리 발견한 것이라곤 돌조각이나 바위에 새겨진 눈금뿐이었다. 글자나 금속은 없었다.

 

"이곳 사람들이 늪지대 건너의 저 산맥에서 살았을 리는 없어. 아무리 환경이 좋았을 때라도, 그곳에는 물이 없었을 거야. 그래도 물이 있었을 만한 곳은 이곳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게 라시가 또 옳았다.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지대는 건널 수가 없었다. 따라서 산맥을 접근할 수가 없었다. 마치 누가 일부러 그렇게 해놓은 것처럼. 그리고 대양이 있었다. 위로는 언제나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속에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 형태만 갖고 있는 끝없는 대양. 여기 한때 살았던 생명체가 무엇이든 간에 그건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멸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번 가장 원시적인 유기체에서부터 진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발굴터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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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mmons.wikimedia.org created by Ricardo Liberato

 

돌린스키가 내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제 고향으로 향할 시간이야."

 

돌린스키는 바위 속의 네모난 구멍을 닦아 내며 말을 이었다.

 

"너도 가고 싶지?"

 

"물론이지."

 

"고향에 가면 어떤 기분일지 잘 모르겠어. 거기서 누가 우리를 필요로 하겟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어?"

 

"여기서 일을 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했을 때 그런 걸 다 감안했던것 아냐?"

 

바위 표면에서 뭔가 반짝였다.

 

"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지. 물론, 떠나올 때 우리는 진짜 영웅이었지. 하지만 이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길거리를 떠돌며, 헛되게도 누군가가 자기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잊혀진 영웅보다 더 애처로운 건 없을 거야."

 

"그런 점에서는 내가 훨씬 편하군. 난 한번도 영웅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우린 우리가 떠나 있던 백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상상 할 수 없어."

 

"이 봐, 이것 좀 봐. 이거 금속 같은데."

 

나 는 돌린스키가 불평하는 것을 듣는 데 짜증이 났다. 돌린스키는 지쳐 있었다. 우리 나머지도 마찬가지엿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우리의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버텨왔다. 우리의 목표는 행성계의 탐사와 기류의 관찰이었다. 우리는 어떤 위대한 발견을 하겠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헤아릴 수도 없는 상징과 메마른 숫자로 전환되어 우주선의 두뇌, 우주선의 안전한 곳, 우주선의 실험실 속에 깊이 감추어져 있었다. 우리는 2개의 행성계를 이미 탐사 하였다. 첫번째 행성계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탐사 하였지만 지금처럼 문명의 징후를 발견한 적은 없었다. 두번째 행성계는 마땅한 행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소행성이나 죽은 행성 아무곳이나 착륙해 보고, 감속과 가속만 반복하다가 떠나왔다.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기는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이상의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우주선의 두뇌가 정보로 꽉 채워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오랜 세월 우주를 항해하며 품었던 희망은 실현되지 않고 있었다.

 

임무가 끝나기 3년을 남겨 놓고, 우리는 마지막 행성 공략에 들어갔다. 3년이 거의 지난 지금 우리는 한 달 내로 지구로 떠나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간 영원히 지구로 돌아 갈 수가 없으니까. 우리가 지구에서 떠나올 때는 열여덟 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열둘뿐이었다. 어쨌든 이 마지막 행성, 그나마 간신히 인간의 생명을 지탱시켜 줄 수 있는 이 행성에서(다른 행성들은 전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우리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폭풍우가 잦아드는 동안에, 우리는 바위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모래와 먼지 사이에 묻혀 들어갔다.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 알아내고 싶었다. 떠날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거의 10년에 걸친 여행을 해야한다. 지구로 돌아가는 10년간의 긴 귀한여행......

 

3. 폭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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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mmons.wikimedia.org

우리는 피라미드를 파내기 위하여 작업을 진행 하고 있었다.

 

"지프로 돌아와라. 심한 폭풍우가 밀려온다."

 

선장이 무전기를 통해 말했다.

 

위에서 먼지 구름이 우리를 향해 소용돌이치며 내려오고 있었다.

 

"어쩌면 푹풍우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돌린스키가 대답했다.

 

"안 된다. 당장 지프로 돌아와라. 심한 폭풍우다."

 

"만일 정말 큰 폭풍우가 오는 거라면, 피라미드를 여기서 꺼내 가는게 낫겠습니다. 안 그랬다간 내일 다시 발굴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나마 안 가져가면, 우린 빈손으로 여길 떠나야 합니다."

 

"피라미드는 파 가지 않는다. 여기에 남겨 놓고 갈 것이다. 우린 피라미드를 측정했고 또 사진으로 찍었다. 빨리 거기서 나와. 아니면 모두 산 채로 묻혀 버릴 것이다."

 

돌린스키가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십쇼. 폭풍우에 날려 가진 않을 테니까. 우린 이 보물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또 다른 먼지 구름이 우리의 머리 위에 먼지를 뿌리기 시작했다. 먼지는 마치 모기 떼처럼 우리 주위를 맴돌며 천천히 가라앉았다.

 

게라시가 말했다.

 

"피라미드 작업을 해야 할까?"

 

마르타, 돌린스키, 나는 그러자고 동의했다.

 

게라시가 말했다.

 

"돌린스키, 지프를 이리로 끌고 와. 차에 모든 장비가 있어."

 

지프에는 기중기가 있었다.

 

"당장 우주선으로 돌아와라. 명령이다!"

 

선장이 말했다.

 

"하지만 우린 피라미드를 여기 남겨두고 갈 수가 없습니다."

 

"내일 다시 가면 된다."

 

"이런 폭풍우는 보통 2,3일간 지속됩니다."

 

게라시는 기중기의 줄을 피라미드에 묶었다. 나는 절단 토치의 광선을 사용하여 피라미드 밑둥을 자르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머리 위로 지금까지 내가 본 것들 가운데 가장 짙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공기도 검어지기 시작했다. 먼지 구름이 사방에 소용돌이쳤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계속해! 조금만 더 하면 돼!"

 

게라시가 소리쳤다. 마르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지프로 출발 했다.

 

무전기에서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러대고 있는 선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때 갑자기 피라미드가 흔들렸다. 피라미드는 공중에 매달려 올라 가더니, 발굴터 맞은편으로 날아가다가 다시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가까스로 그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게라시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바람에 휩쓸려 질질 끌려가다가 공중으로 딸려 올라갔다가, 눈에서 바위가 보이는 것 같더니 의식을 잃었다. 마스크 사이로 흘러들어온 암모니아 공기가 허파를 찌르는 것 같았다.

 

난 우주선의 한 방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병상 두 개짜리의 작고 하얀 병실이었다. 어렴풋이 우주선이 이륙 준비를 하는듯 한 진동이 느껴졌다.

 

닥터 그로트가 말했다.

 

"잘했소. 상황을 훌륭히 처리했소."

"다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마르타는? 게라시는? 돌린스키는?"

 

"돌린스키는 지프에 탔소. 그 친구는 괞찮소. 그리고 마르타도 괞찮소."

 

"그러니까......"

 

"그렇소, 게라시는 죽었소. 폭풍이 지난 후에 지프에 부딛혀 얼굴이 부서진채로 발견되었소. 우린 당신도 죽은 것으로 생각했었소."

 

"

 

"돌린스키는 지프에 탔소. 그 친구는 괞찮소. 그리고 마르타도 괞찮소."

 

"그러니까......"

 

"그렇소, 게라시는 죽었소. 폭풍이 지난 후에 지프에 부딛혀 얼굴이 부서진채로 발견되었소. 우린 당신도 죽은 것으로 생각했었소."

 

4. 귀환#

며칠 후 스파르타크는 속도를 붙이며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절뚝거리며 사관실로 향하고 있었다. 사관실로 향하는 통로에 종이한장을 들고 있는 그로트 와 돌린스키가 있었다.

 

"결과가 웃기는군. 피라미드는 겨우 4년 밖에 안된 물건이라는군."

 

사관실 문간에서 선장이 나타났다.

 

"그로트, 그 말 확실한 거요?"

 

"이 우주선의 두뇌와 내가 네번이나 분석을 반복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죠."

 

"또다른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

 

"있을 수 없습니다."

 

"왜?"

 

"겨우 4년 만에 그런 낡은 건축물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 행성에서는 그럴 수 있지. 그 폭풍우와 대기의 독성가스들."

 

"그러니까 우리 전에 누가 여기에 왔었단 이야긴가요?"

 

"바로 그걸세"

 

선장이 옳았다. 마르타가 다음날 피라미드 중간을 잘라냈을때, 그 안에는 캡슐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마르타 뒤에 모여, 마르타가 그 캡슐을 여는 작업을 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다니, 너무 애석한 일이야. 1년 늦게 도착한 셈이지. 외계의 지능을 가진 생물과의 최초의 접촉을 간발의 차이로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만나지 못하다니..."

 

"농담 마십시오, 그로트. 우린 접촉을 했소. 그게 바로 우리 눈 앞에 놓여 있지 않소. 결국 우리는 그들을 만난 거요."

 

선장이 말했다.

 

"저 캡슐에 뭐가 들었느냐에 달린 거겠지."

 

"게라시도 헛되이 죽은 게 아니였어."

 

마침내 실험실의 로봇팔로 탁자의 캡슐을 열 수가 있었다. 안에 있던 말린 종이는 자동으로 쫙 펴졌다. 실험실 창문을 통해 거기 적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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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mmons.wikimedia.org created by Randy Benzie

 

은하 우주선 ISN-새턴-094.

 

지구 이륙 우주력 1만1십년 1월 11일.

 

행성 착륙 우주력 1만2십1년 4월 15일.

 

......

 

글은 계속 이어졌으나, 아무도 계속 읽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첫 몇 줄만을 반복해서 읽었다.

 

행성 착륙 1만2십1년.. 우리가 행성을 발견하기 1년 전이었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끝을 알 수 없는 허탈감에 빠져 들었다. 우리의 인생을 바친 임무가 아무 쓸모없는 짓이었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우리의 희생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우 주력 9천9백5십년 지구와 지구궤도상에 존재하는 우주도시, 달기지에 존재하는 도시들은 은하연방을 결성하고, 우주시대 1만년을 태양계밖의 또다른 행성에서 맞이하는 것을 목표로 스파르타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태양계 밖의 행성을 탐험하기 위하여 떠나는 우리들은 젊은 영웅들 이었고, 위대한 개척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지구상의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던 오랜 기간의 망명을 자원 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구가 우리 없이도 잘 돌아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희생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 했다. 누군가 깊은 우주 속으로 모험을 해야만 했다. 오직 희생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 속으로.

 

"우리들이 느릿느릿한 속도로 우주를 헤집으며 첫번째 행성을 찾아 가고 있을 70년 동안, 그들은 눈부신 광속항해 기술과 정확한 행성발견 기술로 우리보다 먼저 그 행성을 찾아 간 거로군. 정말 훌륭한 일이야. 그렇군.."

 

선장은 나머지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 각자는 그 나머지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앞서 여기에 왔다. 그리고 우리 없이도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이제 지구시간으로 15년 후면, 우리는 떠난지 백년 가까이 지난 지구의 우주 항구 위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아무도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는 세계의 한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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